안녕하십니까.
저는 미국 LA 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이의협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검도를 취미삼아 운동한지 벌써 6년째 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날씨변화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운동하기는 딱 좋지요.
아. 서두가 길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휴가를 내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검도대회를 보러 갔습니다.
물론 미국팀도 응원하고, 한국팀도 응원하고 이럴땐 국적이 오락가락 하더군요.
미국팀은 13회때 준우승팀으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이번 대회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대회 1년 남겨두고 선수전원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비를 지원받았다는데요, 심지어 직장을 둔 선수의 경우 1년간 유급휴가를 받을 정도로 신분을 보장받았답니다.
거의 준프로에 가까운 지원책 덕분인지 이번 대회에서 미국팀은 각부문별 대부분 8강에 어렵지 않게 들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도 프로선수들이 대표로 나오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성적이면 미국도 아주 잘 한거라 봅니다.
그리고 제 짧은 식견으로 보건데 좀 한다는 팀들이 프랑스, 브라질, 이탈리아, 캐나다 정도...
대만도 좀 한다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엔 그저 그렇던데...
저희 사범님(일본인입니다. 이번에 함께 응원하러 브라질까지 왔습니다.)의 이야기로는 13회 대회때보다 실력들이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일본과 한국이 가장 강력한 팀이긴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실력의 평준화가 좀 더 일찍 올 수 있으리란 전망을 내놓더군요.
근데 책자에 보니깐 중미의 아루바(ARUBA)란 국가에선 선수3명(임원포함), 노르웨이는 선수1명이 고작이네요.. 쩝...
대회가 세계적인 대회로 성장하려면 검도가 일본과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더 많은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서 각광을 받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한국이 담당할지 일본이 담당할지... 그러나 지금으로 봐서는 일본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검도의 종주국으로서 그 위상이 한국보다 일본이 높은 것은 세계대회에 참여하는 임원들이 일본인들이 많은 것도 이유가 되겠고, 해마다 국제강습회를 열어 추천받은 검도사범들을 일본으로 초청하여 모든 경비와 강습비를 지원하는 것도 역시 큰 이유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검도인구가 한국보다 월등히 많은 것도 이유일 수 있겠고, 검도회의 재정자립도 라든지, 국가적인 지원체계라든지, 검도실력의 우위라든지 모든 면에서 검도 강국으로서의 면모가 한국보단 월등하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일본과 우위를 겨룰 수 있는 유일한 국가도 한국일 것입니다.
여기서 우위란 시합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만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언급한 검도의 보급율, 검도회의 재정자립도, 정부의 지원책 등 검도전반의 여러가지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도강국 일본과 그나마 어깨를 맞댈 수 있는 유일한 한국이 전세계 검도인들에 대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아니... 이러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뭔소리인지 생소하게 느껴집니까?
대회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지 뭔 노력???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함께 생각해 보기 위해 그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세계대회기간은 3일입니다.
이중 이틀은 당일 대회가 끝나면 그 대회장에서 반드시 "계꼬(연습)"를 하는 것이 정례화 되어 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호구를 착용하고 연습을 하는데, 이 때는 각국 선수들 뿐 아니라, 응원하던 검도인 등 아무나 도복을 입고 호구를 착용하고 바로 대회장에 죽도를 들고 나섭니다.
그 넓은 대회장은 발디딜 틈도 없이 호구를 착용하고 서로 연습에 몰두하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세계대회가 축제라는 말이 그대로 실감나는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이 이틀을 위해 호구를 싸들고 왔으니깐요 ^^
물론 여기서는 한국선수들과 일본선수들은 논외 대상들입니다.
한마디로 잘난 사람들이죠.
서로 전력이 노출되는 것과 컨지션 조절이라는 명목으로 말이죠..
그나마 일본선수들은 그대로 관중석에 대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1시간의 계고(연습)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일본의 임원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약 10명 남짓한 그들은 어림짐작 봐도 50대 중후반에서 60대 초중반의 8단이라는 선생들이더군요.
저는 나카다란 선생에게 한 수 배웠고, 저의 사범은 후지와라 선생께 계고를 청했습니다.
저희 뿐 아니라 이 일본선생들에게 한 번이라도 청해볼까 해서 구름처럼 몰려드는데,저는 운이 좋게도 제 차례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30분이나 대기 끝에 후나쯔 선생의 계고에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틀동안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 때문에 2명의 8단에게 계고를 하려고 이렇게 무겁게 호구싸들고 먼데 까지 왔느냐고 반문하겠지만, 검도인이라면 결코 후회없는 10분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겁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세계대회 임원으로 오신 분들중 한국인 선생들은 왜 없었을까 의구심이 들더군요.
일본선생들 뿐 아니라 대만 누구라는 선생도 보이고, 심지어 서양 사람도 같은 라인에 두어명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8단 선생들이 임원으로 많이 오신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8단 들이 많이 있지만, 외국에서는 8단이 그리 많지 않은 관계로 어떡하든 8단 선생들께 한 수라도 배우려는 의지들이 매우 강합니다.
그러니 저희처럼 미국에서 또는 유럽에서 호구싸들고 이렇게 멀리 오는 것이구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호구들고 죽도메고 여행가방 짊어지고 비행기 타는 것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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